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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성 (2022-08-18 15:07:03, Hit : 329, Vote :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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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자유, 그 빛과 그림자: 살만 루시디의 세 치 혀(舌)
표현의 자유, 그 빛과 그림자:  살만 루시디의 세 치 혀(舌)

1. 소설가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 1947~ )가 8월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쇼토쿼(Chautauqua) 센터에서 강연 준비 중 흉기 피습을 당했다. 무대 위로 돌진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를 찔렸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오랜 회복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공격범인 레바논계 미국인 하디 마타르(24)는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이란 정부는 작가와 가해자 추총자들을 모두 비난하는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2. 34년 전인 1988년에 루시디는 네 번째 소설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1988)를 출간했다. 그런데 무슬림들이 <<악마의 시>>(혹은 사탄의 구절)에 매춘부로 등장하는 인물 두 명의 이름이 예언자 무함마드의 부인과 같다는 점에 분노했다.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인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루시디가 신성모독을 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파트와(fatwa:  이슬람 율법 해석 혹은 사형선고)를 내렸다.

3. 1989년 8월에 성난 무슬림들이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 책을 나뭇가지에 걸어 불태우며 항의 시위했고, 이슬람권 국가들은 대부분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그가 대학의 학술회의장에 예고 없이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루시디는 2001년 벌어진 9·11테러에 대해 “내게는 추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심리적 상흔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4. 1989년에 살해 협박을 당한 루시디는 영국 정부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부당한 검열을 비판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 이것은 작가들과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영국의 해롤드 핀터, 독일의 귄터 그라스,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이 루시디 구명운동에 나섰다. 하벨 대통령은 루시디 논쟁은 민주주의 가치의 실험대라고 말하면서 이란 정부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지지를 보냈다. 국제사회에서 지식인들의 연대가 나름 빛을 발휘했다.  

5. 둘째, 루시디는 이란 정부에 사형선고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그는 영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일부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세금으로 루시디의 경호 비용을 충당한다고 볼멘소릴 했다. 장장 10년 동안 실용적 외교를 펼친 끝에 영국 정부는 이란 정부로부터 사형선고 철회 결정을 이끌어냈다. 1999년 이란 정부가 루시디를 살해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영국의 외상 로빈 쿡과 수상 토니 블레어가 끌어낸 외교적 성과였다(하지만 너무 오래 걸렸다). 루시디는 영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영국인들의 인종차별주의에 환멸을 느껴 2000년에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런데 22년 만에 뉴욕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다.

6. 이번 뉴욕에서 벌어진 루시디의 흉기 피습 소식을 접한 영국의 작가들과 정치인들은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폭력을 규탄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나섰다. 동료 작가인 이언 매큐언은 루시디에 대한 끔찍한 공격을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을 대변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JK 롤링과 보리스 존슨 총리도 살만 루시디를 지지하는 트윗을 올렸다. 이번에도 전 세계 작가들이 연대하여 루시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루시디 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7. 풍자는 비판을 위한 가장 날카로운 칼(劍)이다. 문장의 특성을 의미하는 문체(글투, style)는 라틴어 ‘stilus’(그리스어 stylos)의 파생했으며, 본래 끝이 뾰족한 필기구(철필, 바늘)라는 의미다. 작가 루시디의 주특기는 바로 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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