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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1-05 10:38:06, Hit : 10312, Vote :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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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음] O.헨리의 '마지막 잎새'
  암투병을 벌이던 구논회 국회의원(대전 서구을)이 5일 새벽 1시 47분 서울대 병원에서 끝내 운명했다.

  대전고와 충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구 의원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그야말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하며 자수성가해  대학학원을 설립했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에 이르렀다.

  고난의 과정에는 암 수술을 받은 적도 있으며 암투병을 이겨내고 대전 최고의 학원이라 할 수 있는 '대학학원'의 오늘이 있게 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서구 을 후보로 나서 당선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구 의원을 아끼는 주변에서는 "워낙 고지식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성격 때문에 국회의원 당선 후 의원직에 너무 충실히 해오고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암을 재발시킨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충남대 병원 장례식장 8,9호실
***

<다시 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구논회 마지막 편지


모처럼 단비가 내렸습니다.

메말랐던 대지도 적셔주고 지루하게 계속되던 여름 늦더위도 밀어내고 계절을 알리는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걷이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일손도 바빠질 것이고, 한 여름 내내 푸르렀던 수목들은 낙엽을 떨구며 겨울을 준비할 것입니다.  

국회도 한 해를 정리하는 정기국회가 열려있고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어 그 어느 때보다 정국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지 못하고 병실에 누워 힘겹게 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 어렵고 바쁜 시기에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되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저는 지난 2월말 암 진단 판명을 받고 현재까지 8개월 동안 병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2월 27일 흉막통증으로 입원하여 검사받은 결과 95년 치료받은 위암이 11년만에 전이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3월 3일 흉막유착술 수술을 한 후 10여차례 입원하여 항암제를 투여하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 암 진단 판명을 받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대전시민들, 당원들, 국민들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  
의정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까 ?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은 다 하지 못하면서 직위만 유지하고 있는 게 마땅한가 ?  

며칠을 고민한 결과 이 병마와 싸워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 뵙는 게 저를 의정단상으로 보내주신 대전 시민들에 대한 도리라 판단하였습니다. 더욱이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석 한 석이 아쉽고 표로 하자면 몇 만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전 중심에 한나라당 깃발을 꽂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당초 치료를 시작할 때는 다소간 지장은 있었지만 의정활동을 못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였고 항암치료를 잘 마치면 완치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9월말 다시 흉막유착술을 받고 항암치료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정기국회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이제는 국민의 대표로서 심부름꾼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용서를 구하고 현재 제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려드림이 옳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2월 27일 암진단 판명을 받고 나서도 의정활동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건강한 국회의원처럼 의정활동을 하고자 노력하며 제가 맡은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4월 임시국회 때는 당시 국회교육위원으로서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임시국회가 끝난 후에는 5.31지방선거의 대전지역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아 우리당 후보들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지만 아쉽게 기대한 만큼의 결실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이후에 충청권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전ㆍ충남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 시도지사 후보자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지역현안 해결과 지역인재 등용 및 향후 차기 대선에서의 범충청권 역할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17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시 행정자치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겨 활동하면서 6월 임시국회 때부터 ‘대전경찰청 분리개청’과 정부의 ‘지방인재채용제 확대’를 경찰청과 행자부를 상대로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요구를 한 결과, 지난 9월 27일 대전경찰청 신설이 최종 확정되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금년 상반기 동안 보좌진들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초중등교육법과 특수교육진흥법․저작권법 등 3개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였고,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안 3건을 성안하여 입법발의 준비 중입니다.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는 행자위 소속 의원으로서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국형 정부조직 구성 방안에 대해 연구 분석하여 우리 정부가 OECD국가들보다 민생관련 공무원 규모가 현격히 작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또한 민생치안 강화를 위해 경찰의 근무여건과 복지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전국 일선 경찰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함께 아울러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하였습니다.

광역시도에 대한 감사를 통해서는 지방분권의 실현과 행복도시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들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가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준비를 하였으나 건강악화로 국정감사 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 처하게 되고 보니,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정치에 문외한이었지만 새로운 정당정치를 실현하고 개혁국회를 세우겠다는 뜨거운 열정과 포부를 가지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였고, 17대 국회에 정치 초년생으로 초선의원으로 의정단상에 첫발을 내딛어 살맛나는 정치를 실현하고 국민에게 박수 받는 국회를 세우겠다는 기대와 의욕을 갖고 밤낮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뛰었습니다.

17대 국회 전반기 동안 교육위원회 상임위 활동뿐 만 아니라, ‘원내부대표’로 ‘국회운영위원’으로 ‘정치개혁특위위원’으로 ‘행정수도건설특위위원’으로 정치개혁에 앞장서고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새벽부터 한 밤중까지 피곤도 모르고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정치개혁ㆍ정당개혁ㆍ개혁국회의 꿈을 다 이루지 못한 채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여전하고 여야간 대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하지 못하고 이렇듯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 죄스러운 마음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95년 위암 3기를 치료하고 이겨낸 후 나머지 인생은 덤으로 얻은 삶이라 생각하며 저 스스로에게 ‘봉사하는 삶’ ‘나눔의 삶’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겠다고 약속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후회 없이 살고자 노력했으나 이렇듯 병실에 누워 다시 힘겹게 병마와 싸우다 보니 못 다한 일들과 못 다 이룬 꿈들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호흡 가쁜 몸으로 병실에 누워 창밖에 내리는 가을비 소리를 듣고 있으니, 문득 Oㆍ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주인공 존시가 비바람이 부는 날 밤에 네 개 남은 담쟁이 잎을 보면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거라 중얼거렸던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 비가 가을을 재촉할 것이고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나뭇잎이 모두 떨어질 것이기에 모두가 기다렸던 단비지만 저에게는 왠지 이 가을비가 반갑게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존시가 담벼락에 그려진 담쟁이 잎을 보고 삶의 희망을 이어갔듯이 저 또한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성원과 격려를 기억하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통을 이겨내겠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 한분 한분과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해야 할 일들도 많으나 이렇듯 성치 못한 몸으로 인해 지면으로 밖에 인사드리지 못하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해 내리라 믿으며, 항상 건강하시고 모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0월

                                                          국회의원  구 논 회 올림


박종성
간밤에 천둥치고 비바람 불더니 마지막 잎새가 젔군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200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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