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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볼록거울> 통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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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거울> 통섭 '통섭' 개념을 국내에 도입한 최재천 교수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잘 알다시피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시대가 낳은 천재였다. 그의 작품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은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최고의 명화로 평가받는다. 그는 미술가에 그치지 않았다. 과학자이자 기술자였고, 더불어 사상가이기도 했다. 조각, 회화, 건축, 토목, 수학, 과학,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두루 재능을 보였던 것이다. 다 빈치는 특별한 경우일까? '천재'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걸출한 인물임이 분명했지만, 그 시대 학자들은 대개 다방면을 관통하며 폭넓은 학문적ㆍ과학적ㆍ예술적 업적을 이뤘다. 중세 때만 해도 현재 우리가 대하는 학문의 구획이 별로 없었다. 다 빈치에서 보듯이 르네상스기에 접어든 한참 뒤에도 대부분의 학자들은 사물을 통합적으로 관찰하고 사고했다. 학문이 지금의 형태로 분화하기 시작한 건 대략 16세기로 본다. 광막한 진리 세계를 파악하고 탐색하려면 학문을 잘게 쪼개서 다루는 게 효과적이라고 여겼다. 이에 따라 새 분야가 속속 탄생했고, 연구 방법과 사람도 미세하게 나뉘었다. 비유컨대, 소인국 사람들이 거대한 코끼리의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어 부위별로 구획지은 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셈이랄까. 이는 학문 용어로 환원주의(reductionism)이라고 하는데, 엄청난 양의 세부지식을 발굴하는 데는 일단 기여했다. 눈부신 19-20세기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 성과에 힘입은 것이다. 그런데 20세기 끝 무렵 이런 진리의 행보에 회의론이 일었다. 쪼개져 고립분산된 분야를 한데 엮기도 힘들 뿐 아니라 설사 엮더라도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데 기대만큼 도움이 안된다고 봐서다. 다시 코끼리 비유를 들면, 부위별 연구성과를 모아도 전체 실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각 분야와 사람 또한 서로 단절되고 멀어져 있어 통합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셈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나온 게 분리된 학문을 발전적으로 아우르는 통합의 바람이다. 21세기 들어 세차게 분 이 바람은 '통섭'을 낳았다. 이 용어의 주창자는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그는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이 부활시킨 '컨슬리언스(consilience)'를 끌어오되 이와 상반될 듯한 환원주의도 포괄시켰다. 이 용어를 국내에 들여온 학자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그는 휴얼의 이른바 '융합적 통섭'이 아닌 윌슨의 '환원주의적 통섭'을 가져와 학계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최 교수는 "분석과 종합을 포괄하는 것이 윌슨이 그리려 한 통섭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 교수과 윌슨의 개념적 차이를 언급하며 그 모호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통섭'은 말 그대로 '큰 줄기(統)를 잡는다(攝)'는 뜻이다. 환원주의 일변도의 외바퀴(분석)에 통합이라는 바퀴(종합)를 새로 달아 균형을 맞춤과 동시에 학문 사이에 가로놓인 칸막이들을 없애려 한다. 인문학, 자연과학, 예술이 다시 만남으로써 기존의 고립화를 극복하고 지식의 대통합을 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 통섭 개념이 뿌리 내리는 데는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 최 교수가 재직하는 이화여대의 경우 '통섭원'이라는 연구기관을 지난해 9월 출범시키긴 했으나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생명과학강의 개설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대학들도 이와 유사한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 연세대는 신촌캠퍼스에 융복합 프로그램을 개설한 가운데 2010년 송도캠퍼스에 융복합 관련 연구소를 만들 예정이고, 서울대도 수원 광교신도시 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범학문통합연구소를 내년에 개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경희대, 부산대 등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시도들이 명실상부한 학문적 통섭에 이르려면 전임교수 확보, 예산 지원, 조직 개편 등 과제를 풀어야 할 것 같다. "고교생을 문과, 이과로 나눠 가르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런 교육제도도 학문융합의 걸림돌이다"는 최 교수의 지적은 현실의 어려움을 짐작게 한다. 벽을 쌓기는 쉬워도 헐기는 어려운 건가. id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