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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교차로> 책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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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책의 향기 3: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작성자 : 윤꽃님 www.mykcr.com 문화마당, 윤꽃님이 전하는 책의 향기를 클릭하시면 서평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절충과 완만의 미학, 영국문화 이야기』 박종성 / 한겨레신문사 [지성과 감성으로 짠 추억의 옷자락] 공평한 자유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낮고, 느리고, 부드럽게 진행되는 영국적인 현상, 이와 관련된 영문학에 대한 시선들은 이 책을 읽는 우리를 조금 더 낮고, 느리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이끕니다. 이 책은 문화비평서입니다. 하지만 딱딱하고 이론서적인 문화비평서라기 보다는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 스스로가 영국에서 근 8년을 머물면서 체험하고 느꼈던 것을 토대로 영문학적으로 풀어낸 안락하고 폭신한 안락의자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사유의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로서, 영국에서 보낸 자신의 시간에 대한 저자의 애착이 곳곳에 깃들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영국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의 심경과 사적인, 그 자신이 고통과 환희로 짜 나갔던 추억을 공감하도록 하는 지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글들의 묶음이라 할 수 있지요. 저자가 영국 내에 있었을 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그가 그곳을 떠나 한국에 와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했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그가 숲 속에서 나무들 사이에 서서 나무들만 바라보던 시간을 지나 숲에서 나와 숲을 조망하게 되는 통찰력이 겸비된 관조의 힘을 지니게 될 정도로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어린 시절에서 성인 시절로 접어들었을 때 생길 수 있는 관조와 통찰의 힘은 그로 하여금 더 객관적이고 더 자유로운 상태의 감정에서 이 책을 쓰게 한 셈이지요. 따라서 저자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지만 독자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찾아서”를 마련해주는 도전적인 계기가 되는 책이 되는 셈입니다. 또한 저자가 언급하는 “이방인의 시각으로 바라본”이란 말은 영국의 문화와 각계 분야들이 이방인의 시각이기에 추상적이고 낯설게 접근되어질 것 같은 약간의 편견을 주지만, 그는 결코 겉핥기 식의 관점과 그런 류의 사고 형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방인”이란 말은 좀 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저자와 다른 세계인 영국과 영국인의 문화와 사회와 정치와 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너무나 틀에 박히고 익숙해서, 또는 그 안에 늘 일상으로 존재해와서, 그것들과 아무런 거리감 없이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이방인의 자격으로 그곳에 있었던 저자에게는 새로운 시각으로 투시되어 외면과 그것이 감추고 있는 내면까지 파악되도록 마음의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더 나아가 한국, 한국인이라는 그의 거부할 수 없는 정체성을 통해 영국과 한국이라는 두 공간의 갖가지 살아가는 방식과 문화와 교육과 정치와 사회를 여러 면에서 또 자동적으로 비교하고 분석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또 하나, 이 책의 깊이를 돋우는 것은 저자가 비교, 분석의 상태에 끝나지 않고, 여기에 우화적인 의미와 은유적인 기틀을 장치하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정보를 문화 읽기를 주제로 하는 문화 비평서가 갖기 쉬운 평범하고 직설적이 아닌 은유적인 글투를 써서 풀어냄으로써 글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문학 작품의 기능까지 겸비시킵니다. 한 편에 서는 치우친 편견과 오만의 시각이 아닌, 공평한 자유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낮고, 느리고, 부드럽게 진행되는 영국적인 현상, 이와 관련된 영문학에 대한 시선들은 이 책을 읽는 우리를 조금 더 낮고, 느리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이끕니다. 그리하여 이 책의 서두에서 공동묘지처럼 적막한 익명의 안개에 싸여있던 섬이었던 영국은 이 책의 막을 내릴 즈음엔 어느새 지성과 감성으로 짠 추억의 옷자락을 걸친 우리에게, 지나가는 배들을 한껏 유혹하는 사이렌처럼,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또는 다시 가보고 싶은, 하얀 갈매기 떼들이 친근하게 날아다니고 푸르른 나무들이 울창한 이상향의 섬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관련글 읽기 http://www.yes24.com/home/pd.asp?SID=kPmoxNc9SD6yiem1YarD@tx70L0F04L11XbA0g1lNnsh*EApfK6HsT3Za&AK=187906&TABID=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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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시각에 대한 역설!? 세계가 지향하는 보다 높은 시각, 보다 빠른 시각, 보다 날카로운 시각에 대한 선전포고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듯 하다. 이러한 실제의 한꺼풀을 벗겨내면, 더 낮고 더 느리고 더 부드러운 시각이 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는 보다 높은 시각, 보다 빠른 시각, 보다 날카로운 시각일 수 있기 때문에... | 2004/02/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