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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성 (2003-09-19 23:39:54, Hit : 12993, Vote : 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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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족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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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의 문제를 짚어본 글입니다. 퍼온글
디아스포라는 작가 나이폴이 즐겨 다루는 키워드입니다.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3/09/009100003200309052345151.html

"분산은 큰 흐름…단일민족 교육이 소통 족쇄로"

민족이산, 정체성 그리고 한국문학
한민족문학포럼 참가 김우창·이회성·최원식씨 대담

지난 3, 4일 재외동포재단과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미가 호텔에서 열린 한민족문학포럼은 한국과 재외 주요 문학인들이 만나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인 자리였다. 발제자로 참가했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최원식 인하대 교수, 재일동포 작가로 민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온 소설가 이회성씨는 첫날 행사를 마치고 다시 만나 디아스포라(민족이산)와 민족 정체성, 한국문학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토론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최원식=한민족 문학 포럼 덕에 오랜만에 뵙게 돼서 반갑다. 행사참가의 소회를 듣고 싶다.

이회성=디아스포라와 아이덴티티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런데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유대의 상황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 같이 핍박받는 사람들이 이 단어로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표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도 생각할 필요도 있다.

김우창=디아스포라는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다음에 세계 각처로 흩어진 유대인들의 분산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힘없는 민족이 제국의 압력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지만 보편적인 세계 사정에 적응하면서 자기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우리 사정을 이야기하는 데 그다지 부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디아스포라를 겪었던 유대인들처럼 국제적 역사흐름 속에서 흩어져 살면서도 우리 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민족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중요한 건 우리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동포들이 세계적으로 흩어져 살아간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최=동포들이 세계 각국에, 특히 주변 4강에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현실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문인들이 나온다는 게 주목할 만한 현상인 것 같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넘어 그 경험이 뛰어난 문학으로 생산될 만큼 디아스포라의 경험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이=디아스포라는 이제 보편적인 현상으로 큰 시대의 흐름이 됐지만 그 시대에 역행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테면 한국의 본국민들은 외국에 사는 한민족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길 기대하면서도 한국 내 조선족 이주노동자를 같은 민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일동포들의 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선거권은 주지 않고 있는 상황도 디아스포라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 없다는 증거다.

김=재미있는 건 한국인들이 ‘촌사람’-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배타적인-이 된 건 조선조에 들어선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고려시대의 귀화인〉이라는 책을 보면 고려 초기에 북방에서 흘러들어온 사람이 17만명이었다. 당시 전체 인구가 200만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많은 비율이었다. 민족에 대해 편협한 정의가 만들어진 건 조선시대 이후의 일이다.

최=단일민족 신화가 어려운 시절 우리를 지탱시켜주었던 힘이었음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 문학에서도 해외 문학과 국내 문학의 허심탄회한 소통을 막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단일민족이라는 말을 앞으로 쓰지 않았으면 한다. 나 역시 청년 시절에 늘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라고 배웠는데 그런 식으로 교육하는 건 남이나 북이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교육이 배타주의를 만들어낸다.

최=최근 재일동포들의 문학작품을 보면 이회성 선생 같은 1, 2세대 동포작가들의 회귀 성향에 비해 현월 등의 일본에서 태어나 자이니치(재일)라는 걸 강하게 의식하는 3, 4세대 동포 작가들은 한반도로부터 이탈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미리의 경우를 보자. 그는 우리말이나 우리 풍습을 하나도 배우지 못하고 자랐다. 그럼에도 소설을 보면 선조의 고향인 밀양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는 등 한국인 출신임이 확인된다.

김=언어 문제나 민족 정체성에 대한 자의식 부족 같은 데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유씨의 경우처럼 결국은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들이 민족의 일원으로 의무를 다 하는가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보다는 여유있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어를 쓰든 영어를 쓰든 결국 돌아오는 것이고 그때 그들은 결국 다른 선물을 가져올 것이다.

최=젊은 세대들은 앞세대가 모국에 대해 너무 강한 정치적 연계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로 인한 세대 간의 단절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재일동포 작가들은 세대 간의 소통이 원활한 편인가

이=눈에 띄지 않는 유대는 분명히 있고 위 세대들은 후배들이 잘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일본 사회나 문단에서 우리는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이다. 아래 세대가 내 작품의 민족주의적 경향을 싫어할 수는 있지만, 그러나 문학을 한다는 건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 탐색하는 과정이다.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

김=한쪽으로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자 하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동시에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있는 건 당연하고 둘 다 중요하다. 둘이 하나로 합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유대인들이 흩어져 살면서도 토라(유대인 경전)를 품고 살았듯이 우리도 어떤 종류의 자기의식을 가지고 그걸 유지하는 것은 자기존엄성을 지킨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최=우리 재외 동포들에게 과연 토라가 있는가 의심스럽다. 중국인들은 차이나 타운 등을 중심으로 자신의 것을 지키지만 한국인들은 재일동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귀화함으로써 그 사회에 흡수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민족에게 토라는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이=매우 중요한 문제다. 나 역시 늘 그런 문제에 부딪힌다. 우리에게는 지켜야 할 토라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김=그것은 재외동포뿐 아니라 본국민도 예외일 수 없는 문제이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작가들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

이=맞는 말이다. 그 의무는 문학인, 또는 지식인들의 몫인데 과연 충분히 해내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김=민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갈수록 정의하기가 어렵게끔 세계사적 사정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세상이 좀더 넓어지게 될 것은 틀림없지만 현재 우리는 아직도 민족에 대한 단일한 모델을 상정하기 때문에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제는 민족이나 영토, 시민권 등에 대해 좀더 다층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이를 위해서 작가들은 민족 이데올로기나 특정 사상 등에 집착하기보다는 인간의 복잡한 국면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의 문학인들과 지식인들이 모두 우리가 처한 모순과 진실을 솔직히 이야기하자. 자신을 돌이켜 보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를 하지 않는다면 디아스포라의 흐름에서 우리가 간직해야 할 토라를 획득할 수도 없고 세계적인 문학작품도 나오기 힘들다.

김=이 선생의 말처럼 우리 문학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작가가 자신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민족의 양심과 의식을 유지하는 존재라는 면에서 작가의 자리는 중요하지만 작가들이 지사나 지도자적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균형을 잃기 쉽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재외동포가 외국어로 쓰는 문학작품이 한국문학인가 하는 논쟁은 이제 사라졌으면 한다. 이는 매우 경직된 생각에서 출발한 관료주의적 질문이다.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슨 문제로 고민하느냐에 대한 이해와 세계문학의 일부로서 이들 작품이 우리의 삶과 정신에 어떤 보탬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최근 들어서야 재외동포 문학을 읽기 시작했는데, 흥미롭게 보면서 내 속에 있는 강한 자기동일성 추구라고 할까, 내 속에 있는 타자에 대한 억압, 타자에 대한 배려의 부족을 절실하게 느꼈고 재외동포 문학이 우리 문학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문학의 자연스런 소통이 앞으로 중요하고 어떤 언어로 썼건 그 문학이 얼마나 진실을 말했는가, 얼마나 인간을 제대로 그렸는가 하는 관점에서 따져봐야지, 좁은 속문주의, 속지주의 관점에서 국문학이다 아니다 논하는 건 형이상학적인 공론이 될 것이다.

김=우리나라에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남북 대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다. 재미있는 건 둘만 있으면 싸움이 심화되기 쉬운데 세계화나 디아스포라라는 복잡한 요소가 생겨나면서 두 입장만 가지고 대치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이런 복잡한 요인들이 남북문제라는 긴급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최근 6자 회담을 계기로 남북문제가 두 나라의 경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를 향한 평화구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듯이, 재외 동포와 작가들의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문학들이 우리나라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뿐 아니라 나아가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오는 데도 좋은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시간 좋은 이야기를 나눈 것에 감사드린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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