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1963, 기네스 펠드로우 분)와 테드 휴즈(Ted Hughes, 1930-1998, 다니엘 크레이그 분)의 다정했던 모습.
1.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여성시인 실비아 플라스와 그녀의 남편 테드 휴즈와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 [실비아]가 외국 영화관에서 개봉되었고 곧 국내에 소개될 것 같다. [실비아 플라스의 영혼을 찾아서](1999)란 책을 썼던 나는 이 영화를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보았다! 죽은 실비아와 휴즈가 영화 속에서 되살아났다. 관념이 영상으로 구체화되면서 나의 생각과 느낌도 활발해졌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1963년 2월 11일) 런던에서 실비아가 가스 오븐이란 출구 없는 공간 속에서 가스 흡입으로 자살하고 붉은 색 천으로 덮인 그녀의 시신이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울증 돋는 이런 영화를 보고 잠자리에 드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악몽에 시달리고 말았다. 찝찝하다. 헌데 혐오스런(두려운) 것에 대한 매혹의 심리가 묘하게 나에게 발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부인과 함께 봐서는 안 되는 영화! 부인이 실비아처럼 될까봐 가슴 조이며 떠는 남편(나 자신을 포함하여)! 만약 자신의 부인이 실비아처럼 우울증에 시달린다면 아마도 가스 오븐에 머리를 들이밀고 자살할 남편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자살과 외도로 인한 가정파탄이 우리의 정서와 문화에 와 닿지 않지만, 부부 시인(문인)의 운명적 만남과 비극은 충분히 흡인력을 지닌다. 사건 진행의 속도가 빠르고, 미학적으로 구성된 화면은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결코 범상치 않은 경험을 가져다주는 영화다.
뉴질랜드 출신 여성 감독 크리스틴 제프스 (Christine Jeffs)가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의 순탄치 않은 삶을 조명한 영화다. BBC와 The British Film Council이 제작비용을 댔다.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라 두 스타급 시인 실비아-테드의 비극적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보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의 탄생도 순탄치 않았다. 실비아-테드 사이에 태어난 딸 프리다 휴즈가 자신의 엄마의 자살과 아버지의 불륜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함부로 시를 인용하지 못하도록 저작권을 주장했다. 감독은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실비아의 내면세계를 우리에게 영상으로 제시하게 되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기네스 팰트로우 (Gwyneth Paltrow)가 실비아 플라스 역을, 다니엘 크레이그 (Daniel Craig)가 테드 휴즈 역을, 그리고 자레드 해리스 (Jared Harris)가 실비아와 테드 두 사람의 친구였던 알 알바레즈 역을 맡았다. 각본은 존 브라운로우 (John Brownlow)가 썼다.
more... |
))
